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신이 먹는 빵에 미친 영향에 관하여

빵집 주인장인 내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머나먼 나라에서 일어난 비극, 그저 슬프고 안타까운 일 정도였다. 처음엔 정말 그랬다. 우크라이나에 전 세계 밀가루 공급량의 1/4을 맡고 있는 곡창 지대가 있다는 것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다.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사용하는 유기농밀과 유기농통밀은 북미산이나 터키산이었고 그 외에는 경상남도에서 생산되는 토종우리밀을 쓰고 있었으니까.

전쟁은 길어지고 처절해졌다.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출항과 곡물 저장 시설을 공격해 망가뜨리기 일쑤였다. 그로 인해 전 세계 밀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. 결국엔 북미나 터키, 호주에서 생산한 밀을 확보하기 위해 너도나도 몰려들기 시작했다. 그 결과 나는 전쟁 초기엔 15% 오른 가격에, 전쟁이 장기화되자 그로부터 17%가 더 오른 가격에 밀가루를 구입하게 되었다. 우크라이나 전쟁 전과 비교하여 무려 34%가 오른 가격에 말이다.  

엎친 데 덮친 격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도 문제였다. 우크라이나가 올리브유 생산국은 아니지만 전 세계 해바라기씨유 공급량의 80%를 책임지는 나라였기에 자연스레 올리브유와 유채씨유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다. 비싼 가격은 둘째 치고 물량이 없어 구매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.

누군가는 이 글을 하마터면 밀가루와 올리브유가 없어 빵을 못 구울 뻔했다는 후기로 읽을 수도 있겠다. 물론 빵집 주인장의 애잔한 후기이기도 하지만 빵 하나에 담겨 있는 우리네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자고 말하고 싶다. 내가 만들어 건넨 빵으로 우리가 이어지듯, 빵을 이루는 재료로도 세상은 이어져 있다고, 어쩌면 우리는 빵이란 하나의 세계를 만나고 있는 것이라고.